1989년도에 봉덕동 삼정 골에 이사를 와 대략 30년을 살았다. 중간에 두 차례 직장 때문에 비우긴 했으나 나름 오랫동안 한 동네를 지켜왔다.
나의 추억이 담긴 골목길은 속이 상하거나 기쁜 일이 있으면 탁주 두통과 새우깡을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 어깨에 둘러메고 휘파람 불며 골목을 지나면 슬리퍼의 달그락 소리 장단과 달빛이 내 모습의 그림자를 만들어 따라오며 집에 다다르면 화단에 내 키보다 훌쩍 큰 라일락과 노랗게 잘 익은 살구가 앞다투며 뽐내는 그윽한 향기를 한가득 선물 받았다.
결국, 정든 집과 골목길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재건축 개발에 묻히고는 사진 몇 장이 그때의 달콤한 기억을 더듬어주니 맛나게 떠올려 본다.
경북중앙NEWS 편집위원/기자 최상철